시드 머니를 모아야한다는 건 틀렸다

시드 머니를 모아야한다는 건 틀렸다
Photo by Patrick Weissenberger / Unsplash
"투자를 해야할 것 같은데 시드머니를 어떻게 모아야할까요?"

얼마 전 신입사원들과의 멘토링 자리에서 들은 질문입니다. 투자를 해야한다고 조언할 때마다 가장 많은 듣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첫 월급을 받았지만 통장 잔고는 월급보다도 작은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를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기 때문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드머니 모으는 것을 자산 성장의 첫번째 단계로 생각한다

‘시드머니를 모으는 방법’을 찾아보면 정말 많은 게시물들이 나옵니다. 대부분은 절약해서 시드머니를 만드는 방법이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와있지가 않죠.마치 1) 시드머니를 모으기 2) 모은 시드머니를 가지고 돈을 불리기와 같이, 자산을 키우는 방법이 2가지로 나뉘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실패할 확률을 줄이려면, 시드머니를 모으는 방식과 시드머니를 굴리는 방식은 다르지 않아야합니다. 둘은 자산을 성장시킨다는 관점에서 실제로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산을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키는 원리는 저축 x 수익률 x 시간 입니다. 시드머니가 있든 없든 달라지지 않는 원리이고, 그런 점에서 시드머니를 모은다는 개념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시작했느냐,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했느냐의 문제일 뿐이죠.

그래서 저는 시드머니를 모으기 전에 투자부터 시작하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를 3가지로 설명해보겠습니다.

1) 시간, 시간, 시간

 

앞서 자산을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키는 원리를 저축 x 수익률 x 시간이라고 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시간’입니다.

흔히 무위험 이자율(risk-free rate)로 불리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5%인데, 매년 천만원씩 저축해서 4.5%의 수익률을 거두면 30년 후 자산가치는 6억이 넘습니다.

미국 S&P 500 지수로 투자했다면 어떨까요? 지난 30년간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연평균 수익률(CAGR)은 7.5%였는데, 그렇다면 10억이 넘는 자산을 갖게됩니다. 누적 저축액은 3억인데 말이죠.

 그렇다면 시드머니를 모은 이후에 투자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10년동안 1억의 시드머니를 모으고 20년동안 S&P 500에 매년 1천만원씩 투자했을 때, 자산가치는 8.5억 정도입니다. 바로 투자를 시작했을 때보다 17%나 자산이 적게 형성된 것이죠. 수익률이 복리로 붙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회초년생은 통장잔고가 부족하고 월급이 작을 수 있지만, 자산 형성에 있어 누구보다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긴 시간’입니다. 시드머니를 만드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않고 누구보다 빠르게 투자를 시작함으로써, 긴 시간의 힘을 완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돈을 넣어야 공부한다

 

주식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대부분은 돈을 잃습니다. 금융과 투자는 난이도가 높은 영역이고, 공부가 필요합니다. 개별 주식이나 트레이딩에 대해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가능하게 자산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수익과 리스크의 관계를 이해하고, 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불필요한 리스크에는 노출되지 않도록하는 리스크 관리의 방법도 알아야하죠. 무엇보다도, 돈을 잃게하는 인간 뇌의 경향성에 대해서도 직접 느끼며 경각심을 가질 수 있어야합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물론 많은 책들과 유튜브, 그리고 여기와 같은 블로그 글에서조차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그렇지만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는 머리에 선뜻 들어오지가 않죠. 자격증 시험 일정을 먼저 잡아놓고 공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내 돈이 들어가야 비로소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생각처럼 잘 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의 조언을 찾게 마련이니까요.

무엇보다 회사에서 배울 것도 많고, 이제 막 월급을 받아 하고싶은 것도 많은 사회 초년생이 시간을 내어 금융과 투자에 대해서 공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내 돈이 들어가도 어려운데, 아직은 ‘시드 머니를 모을 때’라 투자에 관심을 끊고 있다면 어떨까요? 정작 투자를 해야할 때 공부하기에는 너무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다음 얘기입니다.

3) 초보면 작은 판돈에서 시작해야한다

 

투자에서 초심자의 행운은 없습니다. 손실은 %로 찾아오는데, 큰 돈을 들고 실패한다면 손실액이 더 커질 수밖에 없죠. 시드머니를 모으는 동안 그 핵심은 ‘짠테크’라고 생각해서 투자는 관심에도 두지 않았다면 더 그럴겁니다. 초보면 작은 판돈으로 시작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반대로, 어렵게 모은 시드머니를 다 잃어버릴까 두려워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위험입니다. 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자산을 성장시킬 수 있는데, 적금에만 묻어두고 좋은 기회가 왔을 때에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자산 성장에 있어 마찬가지의 리스크입니다.

투자에 대한 공부가 부족해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하여 크게 잃어버리는 것과, 시드머니를 잃어버릴까 너무 두려운 나머지 적당한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아 자산형성의 기회를 크게 잃어버리는 것. 두 가지 모두 우리가 피해야할 큰 위험이죠. 

미리부터 투자를 하며 공부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지금 당장 투자를 시작하라

이번 글에서 단 한 가지를 기억해야한다면 이 말입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한다는 것이죠.

당장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 단 10만원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를 찾기 위해 공부를 시작해보세요. 앞으로 블로그에서도 사회초년생이 어떻게 투자를 시작하면 좋을지를 다루겠지만, 우선 아래 2개의 책 중 하나로 시작해보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 마법의 돈 굴리기,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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