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아무 때나 사라

주식은 아무 때나 사라
Photo by Kelly Sikkema / Unsplash

가끔 친구들이 어떤 주식을 사야하냐고 물어봅니다. 제가 투자하는 섹터의 몇 가지 대장주를 얘기하면 꼭 이런 말을 듣습니다.

“지금은 너무 비싼거 아니야? 좀 떨어지면 사야하나?”

가치 투자자라면 할 수도 있는 생각이지만, 직장인 투자자가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서 저평가되어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요행을 바라고 사서 단기간에 이익을 보려고 하거나, 오랫동안 묻어두는 ‘존버’를 택하거나, 둘 중 하나죠. 당연히 둘 중에는 ‘존버’를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존버’를 한다면, 언제 사든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절히 분산만한다면 말이죠.

1) 비싼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상한 말입니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가 6개월만에 2배가 오른다면 누구나 비싸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똑같은 논리로, 엔비디아가 그렇게 오른다면 비싼 게 아닐까요? 주가가 오르고 내릴 때에는 2가지를 보면 됩니다. 멀티플, 실적입니다.

멀티플은 흔히 말하는 주가수익비율(P/E)입니다. 몇 년이 지나야 주가만큼의 순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죠. 현재 S&P 500 기업의 평균 PE는 27 정도이고, 미래 이익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성장주의 경우에는 이보다 큰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기업의 실적은 그대로인데 주가가 올랐다면 PE가 오르게 됩니다. 시장에서 그 기업의 멀티플이 더 높게 평가된 것이죠. 혁신적인 신제품을 발표하거나 시장 환경이 좋아져 미래 이익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 보통 그렇습니다.

반대로 멀티플은 그대로인데 실적이 올라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PE 20정도에 평가받는 기업인데 실적이 2배로 증가했다면 PE가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PE 20에 도달할 때까지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것이죠.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2배가 되면 누가 뭐래도 비싼 것이지만, 주가가 2배가 올랐다고 해서 비싸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미래 이익의 기대가 크게 증가해 멀티플이 올랐을 수도, 실적이 월등히 좋아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단순히 단기간에 크게 올랐다고 해서, 절대적인 주식 가격이 이전보다 비싸졌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2) 오래 보유할 거라면 매수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

주식을 오래 보유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첫번째는 그 기업의 미래 이익에 확신이 있다는 뜻입니다. 크게 성장하거나 지금만큼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낼 것이라는 믿음이죠. 두 번째는 복리 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입니다. 주가 상승이나 배당을 통해 얻는 이익이 복리를 통해 크게 불어나기를 바라는 것이죠. 기업의 미래 이익이 실현되고 복리의 효과를 볼만큼 오래 보유한다면, 매수 시점의 가격은 긴 시간에 따라 희석됩니다. 지금 10% 싸게 사든 비싸게 사든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죠.

그렇지만 내가 사자마자 20%씩 떨어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특히 오래 보유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손실’인 것을 생각하면 더 위험하죠. 그런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매수 시점은 투자의 긴 시간 속에서는 중요하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 투자하고 있는 나의 심리에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저는 분산해서 매수하기를 권합니다. 

천만원을 투자한다면 하루에 모두 매수하기보다 100만원씩 10달에 걸쳐 매수하는 식으로 넓게 분할하는 것을 고려해보세요. 미래에 성장할 것이 분명한 기업이더라도, 단기간에는 실적이 출렁이거나 시장의 믿음이 흔들리거나 또는 시장의 거시적인 상황이 좋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 투자에 대한 믿음도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분할해서 투자한다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매수하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싼 가격에 매수한다는 느낌도 가질 수 있고, 한번에 투자하지 않아 남은 현금도 있기 때문에 상황이 통제 하에 있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때에는 잠시 아쉬울 수 있지만, 하락에 대비한 보험을 들어놨다고 생각하면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럴 때에는 마음 놓고 상승을 즐기면 됩니다.

3) 아무 때나 사라

오늘 꼭 기억해야할 말이 있다면 "아무 때나 사라"는 것입니다.

오랫 동안 투자하고 싶은 정말 좋은 기업이 있다면, 언제 살지 고민하지 마세요. 당장 5%, 10% 싸게 사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 그 시간을 더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데 사용해보세요.

고민해서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고민없이 분할매수하는 것. 직장인 투자자가 투자의 ROI를 높이는 길일 겁니다.


리스크 관리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아래 아티클도 읽어보세요

수익률이 전부가 아니다. 투자자 93.5%가 놓치고 있는 ‘이 개념’
누구는 엔비디아로 300%를 벌었다더라, 누구는 코인으로 200%를 벌었다더라 하는 얘기들.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주변에서 누군가가 투자로 큰 수익률을 얻었다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그 때마다 장염걸렸던 때보다도 더 배가 아프곤 했습니다. 잠시 배가 아픈 것까지는 괜찮지만, 그 성공을 지나치게 부러워한 나머지 충동에 휩쓸려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합니다. 그런 투자는

💡
미국 주식 투자 관련 아티클이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새로운 글을 더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단 '구독하기' 버튼 클릭)

Read more

AI가 정치를 한다면

AI가 정치를 한다면

영국에서 AI 정치인이 등장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영국 총선에 'AI 스티브'라는 이름으로 출마한 후보는 실제로는 AI 기업 회장인 스티브 엔더콧이지만, 유세 활동은 AI 챗봇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AI가 정치인을 대체할 수 있을까? AI가 인간의 많은 영역을 대체하지만, 그 대상이 정치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

By Forest
진짜 트럼프가 만든 암호화폐가 있다?

진짜 트럼프가 만든 암호화폐가 있다?

What's Hot? ㅣ$DJT 토큰 트럼프가 만들었다? 급등! ㅇ 솔라나 덱스에 상장된 $DJT 가상화폐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결돼있다는 소문이 미국 온라인 중소 매체인 파이러트와이어스를 통해 나왔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DJT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출시했으며, 막내 아들인 배런 트럼프가 프로젝트를 주도한다고 보도했지 ㅇ 이후 $DJT 토큰은 급등했어! 트위터에서도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By GENB
암호화폐가 나스닥을 못 따라가는 이유

암호화폐가 나스닥을 못 따라가는 이유

What's Hot? ㅣ나스닥은 가는데 암호화폐는.. ㅇ 비트코인은 지난 일주일 동안 6% 이상 하락하며 나스닥과 양의 상관관계가 깨졌어. 언론은 FED가 올해 기존 세 번 에서, 단 한 번의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결정 때문으로 돌리지만, 기술주는 금리 점도표 공개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서 하락은 암호화폐 고유의 요인이 있을 수

By GENB
이어지는 AI들의 "유선생님 제자" 인증, 내 데이터는 안전할까?

이어지는 AI들의 "유선생님 제자" 인증, 내 데이터는 안전할까?

메타(Meta)가 만든 챗봇 "메타 AI"가 유튜브 동영상을 무단으로 학습했다고 직접 실토했습니다. 메타는 올해 4월에 메타 AI를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비롯한 모든 앱에서 채팅 및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챗봇이 어떻게 훈련되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죠. 그러나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메타 AI가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었는지 묻자 메타AI는 유튜브 동영상을

By Fo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