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독점 판결, 손 가리고 웃는 애플?

구글 독점 판결, 손 가리고 웃는 애플?

구글에게 검색을 독점했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구글이 부당하게 검색 시장을 독점해 검색 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 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구글은 여태 이용자가 검색을 이용하는 건 "우리 검색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항변해 왔는데요. 사실 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여태까지는 검색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공수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독점 규제 후에도, 구글을 쓰던 이용자들은 계속 구글을 쓸 겁니다. 브라우저 주소창에 입력만 하면 될 일을 굳이 타사의 검색 포털로 이동해서 검색결과를 얻을 유저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미 정부는 바로 이런 현상을 만든 것에 구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실제로 구글은 애플의 '사파리'의 기본 검색엔진이 되기 위해 애플에 22년 한 해동안만 27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내고 있었죠.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iOS 의 기본 검색창이 되면서 시장을 독점했고, 그 점유율을 바탕으로 광고 가격을 꾸준히 올렸다는 점이 반독점 행위로 인정됐습니다. 실제로 애플과 구글의 계약이 종료되면 애플은 연 수익 4~6%가 빠질 거라는 관측도 존재하니, 애플에도 약간의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A vintage cartoon scene showing a regulator character in a suit wielding a large hammer, smashing down on the Google and Apple logos. The regulator is depicted with exaggerated features like large eyes and an intense expression, typical of 1940s-1950s cartoons. The Google logo is shown with a surprised expression, while the Apple logo looks scared. The logos appear to be anthropomorphized, reacting to the impact as they bounce off the ground. The entire scene is styled in a classic, vintage cartoon aesthetic with simple lines and a muted color palette.
규제기관 vs 빅테크 상상도: 달리(DALL-E)

애플은 이걸 어떻게 극복할까요? 공교롭게도(?) 새로운 애플 디바이스에는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인데요. 여기 탑재될 AI는 애플이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픈AI의 모델을 활용할 거라고 합니다. 공짜로요. 서로 금전적 이익은 주고받지 않지만, 오픈AI는 디바이스에 모델 탑재해서 수요를 늘리고 애플은 멍청하다고 놀림받던 '시리'를 더 똑똑한 모델로 대체할 수 있으니 좋죠.

오픈AI하고만 이런 딜이 이뤄진 게 아닙니다. 구글 검색엔진과의 관계는 종료되었지만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도 아이폰에 탑재될 수 있다고 해요. 앤트로픽과도 협의하고 있죠. 물론 이번 반독점 판결이 있긴 했지만, 디바이스 기업-LLM 기업간의 협력이 언제까지 무료로 이뤄질까 싶긴 합니다. 애플 입장에서 LLM의 BM은 낯설지 않습니다. 앱 스토어로 치환해 보면, 본인들이 하던 장사와 완전하게 똑같은 장사를 해볼 수 있거든요.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살 때, 아이폰에서 사면 더 비싸고 인터넷이나 안드로이드폰으로 사면 더 저렴했던 경험이 있으실텐데요. 이 현상의 원인이 앱스토어가 각 앱의 과금 시에 물리는 수수료 때문이었습니다. 애플은 '인앱 구매 수수료' 명목으로 약 27%를 뜯어가는데요(EU에서는 17%로 내렸습니다.). 여기서 앱을 'LLM'으로 치환해 보면 됩니다.

아이폰에서 돌아가는 제미나이, 앤트로픽, 오픈AI를 앱스토어의 '앱'처럼 생각한다면 애플은 디바이스 안에서 유저가 결제를 할 때마다 수수료를 얻어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저가 아이폰 기본 LLM으로 '제미나이'를 선택해 유료 버전을 구매한다면 애플은 이 중간다리 역할을 한 명목으로 몇십프로의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겠죠. 만약 제미나이 유료버전 구독료가 30,000원이고 애플이 요구하는 수수료가 30%라고 하면 구독자당 9000원을 챙길 수 있고, OTT처럼 여러개의 모델을 구독하는 유저라면 이 수익은 훨씬 늘어나겠죠.

23년 기준 앱스토어 수익을 포함한 애플의 서비스 수익은 전체 수익의 22%를 차지했음

LLM 기업은 유저가 LLM을 쓸 때마다 GPU나 토큰같이 소모적으로 들어가는 자원들이 있지만 애플은 일단 만들어놓은 디바이스에서 돌아가는 거니 추가적인 소모자원이 없습니다. LLM 기업 대비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이 돈을 버는 관점에선 더욱 공고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다시 검색엔진 독점 이야기로 돌아와서.. 구글과의 계약 관계가 끊어진 건 애플에게 안좋은 일이기만 한 걸까요? 당연히 '맛집 검색'이나 '여행지 추천'같이 구글이 필요한 일에는 구글을 쓰겠지만, 이미 사람들의 검색 패턴에 개입한 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OpenAI 입니다. 저만 해도 여행지에서 번역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용어에 대한 해설이 필요할 때 더 이상 구글을 찾지 않습니다. 이런 특수한 시나리오들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시장에선 구글 검색의 대항마로 OpenAI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다보니 구실이 참 좋습니다. 애플 입장에선 유저 친화적인 검색 엔진 다양화..같은 명목으로 여러개의 LLM 업체들을 검색엔진 후보로 올리는 대가로 본인들 디바이스에 그들의 LLM을 도입시켜 수익원을 계속해서 늘려갈 수 있습니다(어디까지나 예시이자 상상입니다.). 유저에게 여러 LLM 중 하나를 큐레이팅해서 전달할 수 있는 주체가 애플이 되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중간자로서의 힘을 늘릴 수 있게 됩니다. 길게 봤을 때 나쁜 일이 전혀 아니죠. LLM이 앱처럼 난립하는 시점이 도래하게 되면 애플처럼 플랫폼장사를 하는 플레이어가 이길 수 있습니다.

손내리고 웃는 애플 상상도

오늘은 오랜만에 머릿속에서 솟아오르는 애플에 대한 망상들을 한데 엮어보았는데요. 과연 애플이 온디바이스 AI로 어떤 장사를 할 지, 독점기관이 애플의 미래 독점까지 막는 행보를 이어갈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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