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는 어떻게 11명으로 4000억을 벌었을까
ChatGPT가 "대신 써주는 일"로 시장에서 돈을 쓸어담았다면, 미드저니는 "대신 그려주는 일"로 LLM 시장에서 Key Player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 리포트에서는 무엇이 그들을 부자로 만들었는지 알아봅니다.
AI가 미술대회에서 상을 타는 파격의 순간
우리에게 AI가 준 첫 충격은 아마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패배했던 순간이었을 겁니다. ChatGPT가 충격을 줬던 순간에도 우리 인간이 느꼈던 충격의 기전은 비슷했습니다.
"AI가 우리를 이겼다."
인간의 본질적 두려움인 '패배감', 수많은 SF영화에서 그려왔던 인간과 AI의 적대적 대결 구도. AI 회사는 그것을 이용해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누가 이런 걸 만들었어?
미드저니의 창립자 데이비드 홀츠는 많은 빅테크 창립자들이 그러했듯 공학 천재입니다. 고등학생 때 3D모델링으로 손을 추적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했을 뿐 아니라 이미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죠.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후, NASA와 Max Planck Institute에서 일하는 동시에 박사 과정까지 밟았습니다; 이걸 다 해냈다면 그가 곧 AI 였겠지만 인간이었던 데이비드 홀츠는 박사과정을 관두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스타트업 '립모션'을 설립했습니다. 립모션에서 만든 장비는 그가 회사를 운영한 12년간 30만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사용했습니다. 이 회사는 2019년 지금의 Ultraleap에 30만 달러에 매각되었죠.
데이비드 홀츠는 21년 립모션을 떠나 미드저니를 시작했습니다. 10명의 엔지니어를 모아 오픈 AI의 알고리즘에 바탕을 두고 9개월만에 미드저니의 데모를 만들었죠. 22년 8월, 미드저니 커뮤니티는 약 100만명의 회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0원의 투자, 4000억의 수익, 11명의 직원
보통의 유니콘이라면 이쯤에서 막대한 투자를 받는 이벤트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미드저니는 처음부터 투자는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고, 지금까지 유지중이죠.
미드 저니의 풀타임 정직원은 단 11명. 포브스 기준 전 직원은 112명입이다. 0원의 투자를 받고 4000억원 가량의 수익을 내며 이걸 극 소수의 직원이 나눠갖는 구조죠. 인건비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테크기업의 관례를 깨부수고 이걸 철저히 영업이익과 모델 트레이닝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돈 새는 하마, ChatGPT 모델이 가난한 이유
LLM이 돈을 버는 구조가 기본적으로 중앙집중형이기 때문입니다. LLM을 쓰는 서비스 기업들이 OpenAI에 돈을 주고 OpenAI는 묶여있는 API에 낼 돈 다 내고 남은 돈은 반도체기업에 납부하고 그래도 남은 돈을 R&D에 투자합니다(약간의 과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수건돌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극히 미미하다는 점입니다. 결국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릴 수밖에 없는 LLM Player들과 달리, Midjourney는 그딴거 필요 없습니다. 왜? 4000억 벌고 직원은 Max 112명밖에 안되거든요. 직원들 밥먹여 보내고 엮여있는 API에 낼 돈 내고 남은 돈 R&D랑 칩에 다 내도.. 돈이 남습니다.(적어도 그렇게 주장할수 있죠)
그럼 시장은 생각합니다.
아, 투자를 안받아도 잘 나갈 정도면.. 이 기업의 BM은 안봐도
그래서 투자해야된단 뜻은 아닙니다. 아마도 생성형 AI의 함정을 미드저니만이 극복했을리는? 좀 드물겠죠. 다만 그들이 강조하는 “11명의 전사들”(사실은 112명인), “투자 안받아” 정책이 모두 그들의 가치를 막대하게 올려주는, 아주 훌륭한 심리적인 장치라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글에선 미드저니의 기술력보단 시장에서 그들이 펼쳐내는 심리전에 주목하고 박수쳐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블러핑만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력과 근거를 만들어낸다는 점도요. 결국 위대한 투자를 만들어내는 지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탄탄한 근거라는 시장의 규칙을, 미드저니는 가장 잘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