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 급락, AI는 거품일까

엔비디아 주가 급락, AI는 거품일까

지난달 18일, 엔비디아는 글로벌 시가총액 1위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지금까지 약 2900억 달러, 한화로 약 400조원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몇 주만에 삼성전자가 공중에 날아간거죠.

엔비디아 주가가 급 떨어진 이유는 최근 발표된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인데요. AI 반도체 산업이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이번 영익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이번 발표 이후로 그 기세가 꺾일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요.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 작년에 비해 262% 증가한 26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만약 3분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와 동일한 매출 증가를 보이려면 분기 매출이 480억달러를 기록해야하는데요. 시장에서 예상하는 분기매출은 283억 달러입니다. 이걸 '기저효과'라고 하는데, 이에 따라 3분기 실적은 전 분기보다 둔화되는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어요. 결국 이 현상이 엔비디아 주식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으로 나타날 수 있죠.

블룸버그의 시장 전문가인 라펠 벤치니는 엔비디아의 수익 성장세가 향후 몇 분기 동안 수그러들 것이고, 시장의 관심은 엔비디아 공급망에 있는 다른 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봤어요. 이렇게 된 원인에는 엔비디아가 겪고 있는 반독점 규제도 영향이 있어요. 수많은 국가들의 조사기관들이 엔비디아를 노리고 있거든요.

일단 얼마전 프랑스의 반독점 규제기관이 '작년부터 엔비디아 조사해 보니, 기소해야겠다' 하고 있고요. 엔비디아도 작년 프랑스 조사 직후와 올해 2월 SEC(미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서 유럽연합(EU), 중국, 프랑스, 영국의 규제 기관이 자사의 GPU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으며 운영도 조사중이라고 얘기했어요. 이미 미국의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도 엔비디아를 조사하고 있죠. (소식 출처)

GPU를 너무 잘 만들어서 반독점일까요? 그렇다기 보단, 엔비디아 GPU랑 100% 호환되도록 만들어진 CUDA AI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때문이에요. 이 소프트웨어는 AI 프로그래밍하는 사람들한테는 '필수'가 되었는데요. CUDA로 만든 프로그램은 엔비디아 칩 위에서만 돌아간다는 게 AI 시장의 수요가 엔비디아 안에서만 돌아가도록 만드는 포인트입니다. 사업적으로는 훌륭하지만, 반독점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죠. 그러니 이를 막는 규제가 이루어진다면 시장이 AMD, 인텔같은 경쟁사에도 눈을 돌릴수가 있게 돼요. CUDA를 써서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보다 저렴한 타사 칩 위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면 되니까요.

근데 AI 거품임

AI가 위협적이었던 이유는 AI가 인간을 대체해서 인건비를 극도로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여 수익을 가져다줄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는데요. 이 기대도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AI 기술의 수익성이 낮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많은 기업이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경우는 드물죠.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딩을 도와주는 깃허브 코파일럿 사용자가 130만 명에 이른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AI 모델 가운데 운용비용 대비 수익이 나고 있는 제품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습니다. 또 AI 경쟁에 뛰어든 기업들이 내놓은 제품들이 아직 사람들의 근무나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지 못했고, AI 모델 개발·운용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익을 내는 기업은 극소수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규제도 있지만, AI를 발전시키려면 무한한 범위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내 데이터가 AI에 쓰이는 건 왠지 꺼림칙하지 않나요? 그렇게 하지 않도록 막는게 옳은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런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조만간 AI 기업들이 쓸수 있는 데이터는 점점 빠르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성능 개선이 정체될 수 있고, 현재의 AI 도구가 미래 기술에 의해 구식이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는 덧붙였습니다.

엔비디아가 테슬라도 아니고

하지만 증권가는 AI 산업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가를 비롯해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을 ‘단기적 숨고르기’로 보고 있죠. 특히 전기차 혁신과 비교하면서 "테슬라 때와는 다르다"고 말하는 분위기예요.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산업 사이클 측면에서 매력도 차이가 확연합니다. 전기차 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성장기에 진입한 뒤 불과 수년 만에 성숙기에 들어서며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 됐지만, 인공지능 산업은 이제 막 성장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주가 수준도 높게 평가된 건 아니라는 분석도 있어요. 엔비디아를 포함한 인공지능 관련 빅테크인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7개 빅테크 기업)의 주가수익배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배율은 현재 33배인데요. 주가 급등기 테슬라의 주가수익배율은 230배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엔비디아의 ‘시총 1위 복귀는 시간문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결국 글로벌 증시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것”(대신증권) “믿고 보는 엔비디아 모든 길은 엔비디아로 통한다”(미래에셋증권)와 같은 국내 증권사들이 펴낸 보고서 제목에서도 증권가의 낙관적 분위기가 느껴지죠.

엔비디아의 높은 제품 가격과 마진 같은 수익성 지표도 주가 상승을 지지합니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80%에 근접한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독자적인 기술력과 생태계를 갖고 있어 제품에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거든요. 블룸버그는 엔비디아를 AI 시대를 대변하는 이익 성장주로 평가했고, 순이익 증가율이 올해 102%, 내년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따라서 최소 내년까지는 S&P500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을 내놨어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엔비디아를 라이트닝 케이블을 비롯해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했던 애플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둘 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꽤 오래 시장을 점유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반독점 규제도 아주 위협적으로 느껴지진 않는 게 여러 국가에서 반독점 조사를 시작하긴 했지만, 애플의 C타입 사례를 생각해보면 실제 적용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AI가 마냥 성장가도를 달릴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입니다. 개인정보만큼은 철저히 지켜가면서 아무리 써도 안전한 기분이 들게 했던 애플과 달리, 엔비디아는 AI라는 거대한 데이터 크롤링 집단을 위해 봉사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그렇게 크롤링할 수 있는 인터넷의 데이터가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는 것도 AI의 성장세가 마냥 지속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봤으니, 이미 임박했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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